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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 디지털 포렌식과 AI의 만남,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AI 포렌식’을 위한 과제 by. 엘에스웨어 박명찬

lsware 2026. 10. 7. 09:37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ChatGPT 활용) · 로카르의 교환 원칙을 시각화한 개념 이미지

“Every contact leaves a trace.”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 로카르의 교환 원칙(Locard’s Exchange Principle)을 대표하는 표현

 

이 문구는 에드몽 로카르(Edmond Locard)의 법과학 원칙을 널리 요약해 사용하는 대표적 표현입니다. 외부 공개용 정확성을 고려해, 본 글에서는 로카르의 직접 원문이라 단정하지 않고 ‘교환 원칙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소개합니다.[1]

 

디지털 포렌식은 다양한 디지털 흔적을 수집·보존·분석하여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1. 디지털 포렌식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포렌식은 단순히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디지털 기기와 시스템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하고, 무결성을 보존하며, 분석 결과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전 과정을 의미합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디지털 포렌식을 전자 데이터를 식별·수집·조사·분석하면서 정보의 무결성을 보존하고 엄격한 증거관리 절차를 유지하는 활동으로 설명합니다. 또한 신뢰성과 정확성, 반복 가능성이 확인되는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증거를 획득·보존·분석·보고하는 과정이라는 정의도 제시하고 있습니다.[2]

 

무엇을 확인하는가

• 어떤 데이터가 존재했는지
• 언제 생성·수정·삭제되었는지
• 어떤 사용자나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는지
• 서로 다른 기록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주요 분석 대상

• PC·스마트폰·서버
• 이메일·메신저·클라우드
• 시스템 로그·네트워크 기록
• 문서·사진·영상·메타데이터

 

예를 들어 파일 유출 사건에서는 파일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생성·수정 시각, 저장 위치, USB 연결기록, 시스템 로그, 메일과 메신저 기록 등 여러 디지털 흔적을 함께 살펴봅니다. 각각은 작은 단서에 불과하지만, 이를 시간적·논리적으로 연결하면 사건의 흐름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2. 그런데, 이제는 흔적이 너무 많다

오늘날 수사와 조사는 ‘흔적이 부족한 문제’보다 ‘흔적이 너무 많은 문제’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분석 대상은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업무시스템, 클라우드 서비스, 메신저, 협업도구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형태 역시 문서, 이메일, 이미지, 영상, 음성, 시스템 로그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수사관이나 포렌식 분석가가 모든 데이터를 하나씩 직접 확인하는 방식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AI는 유용한 분석 지원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AI는 방대한 디지털 흔적을 정리하고, 사람이 우선 검토해야 할 대상을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자연어처리 기반 문서·이메일 분석

대량의 이메일과 문서 중 사건과 의미적으로 연관된 자료를 선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영상 분류

수많은 사진과 영상에서 필요한 장면이나 대상을 찾고 분석 범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로그 상관분석

서로 다른 시스템의 기록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거나 연관관계를 찾아 사건 흐름을 파악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사람이 먼저 확인해야 할 후보를 제시함으로써 조사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핵심은 AI가 사건을 대신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의 현실적인 역할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사람이 확인해야 할 대상을 빠르게 찾아주는 분석 지원 기술에 가깝습니다.



3. AI가 찾아낸 결과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AI가 개입하면 기존 디지털 포렌식보다 확인해야 할 요소가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AI가 수십만 건의 문서 가운데 특정 문서를 ‘사건 관련성이 높은 문서’라고 분류했다면, 단순히 결과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 왜 이 문서를 선택했는가?
  • 동일한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가?
  • 어떤 모델과 버전을 사용했는가?
  • 모델이나 분석조건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지는가?
  • AI의 오류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이슈가 아닙니다. 디지털 포렌식 결과는 수사·감사·분쟁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 자체뿐 아니라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NIS의 AI Risk Management Framework(AI RMF 1.0) 역시 신뢰할 수 있는 AI의 특성으로 유효성과 신뢰성(Valid and Reliable), 책임성과 투명성(Accountable and Transparent), 설명가능성과 해석가능성(Explainable and Interpretable)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3]

 


4. 그렇다면 ‘AI 포렌식’에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AI와 디지털 포렌식을 본격적으로 결합하려면 단순히 탐지 정확도가 높은 모델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포렌식 관점에서는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다시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AI 포렌식은 결과만이 아니라 분석 과정 전체를 관리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1. 원본 데이터의 무결성  AI가 무엇을 분석했는지 명확히 특정하고, 분석 대상 데이터가 수집 이후 변경되지 않았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분석 과정의 기록과 재현성  사용한 AI 모델과 버전, 입력 데이터, 주요 분석조건과 결과를 기록하여 어떤 환경에서 결과가 생성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설명가능성  AI가 어떤 데이터와 특징을 근거로 결과를 도출했는지 사람이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원본 증거로의 추적 가능성  AI가 찾은 결과에서 실제 원본 데이터와 메타데이터로 되돌아가 사람이 다시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감사추적성(Audit Trail)  누가, 언제, 어떤 데이터에 어떤 분석을 수행했고 어떤 결과가 생성되었는지 사후 확인이 가능해야 합니다.
AI 포렌식 분석 이력의 개념적 구조

Evidence  →  Model  →  Version  →  Analysis Condition  →  Result

 

이러한 요소들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 기존 디지털 포렌식에서 중요하게 다뤄온 무결성, Chain of Custody, 검증된 도구, 반복 가능성 등의 원칙을 AI 분석 단계까지 확장하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2]

 


5. 법정에서 신뢰받는 AI 포렌식을 위해

AI가 분석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결과에 법적인 증거능력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313조는 일정한 진술서 및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정보와 관련하여 성립의 진정에 관한 요건을 두고 있으며, 작성자가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을 통한 증명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4]
따라서 AI 기반 분석 결과의 법적 활용 가능성을 논의하려면 단순한 AI 모델의 정확도만 볼 것이 아니라 증거 수집 절차, 원본과의 관계, 분석 방법의 신뢰성, 결과의 검증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AI가 개입한 포렌식 결과에 어떠한 수준의 기술적 검증과 절차적 관리가 요구되는지는 앞으로 법률·수사절차·법과학·AI 기술을 함께 검토해야 할 연구영역입니다.

 


결언

AI가 증거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AI의 분석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이 확대될수록 사건이 남기는 데이터의 양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모든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AI는 앞으로 디지털 포렌식에서 중요한 분석 지원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포렌식에서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정답’만이 아닙니다. 어떤 데이터에서, 어떤 방법을 이용하여, 어떻게 그 결과가 만들어졌으며, 그 결과를 다시 검증할 수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따라서 AI와 디지털 포렌식의 결합에서 앞으로 연구해야 할 중요한 주제는 AI의 탐지 성능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원본 증거의 무결성, AI 모델과 분석환경의 이력관리, 분석 결과의 재현성, 설명가능성, 원본 증거로의 추적 가능성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확보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100년 전 법과학에서 이야기한 ‘흔적’은 이제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AI 시대의 디지털 포렌식에는 한 가지 질문이 더 추가됩니다.


“AI가 그 흔적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우리는 다시 증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 그것이 AI와 디지털 포렌식이 함께 풀어가야 할 다음 연구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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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Roux, C. et al., “The Sydney declaration – Revisiting the essence of forensic science through its fundamental principles,” Forensic Science International, 2022. [원문]
[2] NIST CSRC Glossary, “Digital Forensics.” [원문]
[3] NIST, Artificial Intelligence Risk Management Framework (AI RMF 1.0), NIST AI 100-1. [원문]
[4]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및 제313조. [원문]